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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이미 VIP 실에 있던 사람의 절반정도는 떠났다. 벌써 다르에스살람(Sar es salaam)에 도착한 것이다. 이럴수가.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느꼈으면서 이렇게 세상 모르게 잠들 줄이야.. 정말 나란 닝겐은...

고층 빌딩들을 보니 다르에스살람에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공항으로 가는 달라달라 정류장을 찾아갔다. 일요일 아침에는 달라달라가 운행 안한다는 택시 기사들의 거짓말을 뿌리치며..
달라달라 정류장은 페리 선착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나는 2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달라달라 정류장엔 여러대의 달라달라가 있다. 정확히 무슨 행 달라달라를 타야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에어포트!'를 외치면 알아서 저거 타라고 알려준다.

공항에 가는 길에 그 유명한 타자라 열차 기차역이 보였다. 탄자니아에서 잠비아나 말라위로 갈 때 타자라 열차를 많이 이용한다. 잠비아까지는 60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고, 말라위에 가려면 중간에 내려 버스로 갈아타서 국경을 넘어야 된다. 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고,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발견했기 때문에 릴롱궤(Lilongwe)에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달라달라로 20분 정도 가니 율리우스 나이어어 국제공항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항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행기 티켓과 여권을 보여줘야 했다. 공항에는 별로 쇼핑할 것이 없었다. 다르에스살람 도시 규모에 비해 국제공항의 크기는 작았다.

나는 에티오피아 항공으로 예매했는데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말라위 항공과 코드쉐어로 운항되는 항공편이었다. 참 이것저것 다 타본다.

비행기는 작았고, 기내식을 기대했지만 빵 두 조각이 전부였다. 배고파.. 새로운 맥주가 눈에 띄길래 먹어봤다. Castle.

남아공 맥주인 것 같았다. 캐슬답게 캔뚜껑에도 캐슬 문양이 있었다. 말라위부터는 남아공의 영향력이 미치나보다.

이것으로 3주동안 지냈던 탄자니아를 떠난다. 여행하기엔 아프리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경비가 많이 드는 곳이었지만, 그만큼 돈을 들여 볼만한 것이 많았던 탄자니아. 또한 단순히 볼 것만 많았던 것이 아니라 배운 것도 많았던 곳. 사파리를 하며 자유의 소중함을 느꼈고, 킬리만자로에 오르며 끈기를 한층 발전시켰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내게 영향을 미친 것은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이다.
하쿠나 마타타.. 내가 여행을 하면서 알게된 두 개의 마법 같은 말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인샬라') 케냐와 탄자니아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하쿠나 마타타를 붙이면 다 해결된다. 사기 당한 것 같다고 말해도 하쿠나 마타타, 킬리만자로에서 침낭이 다 젖었는데도 하쿠나 마타타, 밥이 맛이 없다해도 하쿠나 마타타...-_- 참, 인생 편하게 산다. 한국에서는 하쿠나 마타타 정신으로 살면 3개월만에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하쿠나 마타타 정신이 나에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걱정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일이 잘 풀리겠지 생각하니 스트레스도 안받고 여행이 한층 즐거워진 것 같다.

이제 말라위 릴롱궤로 간다. 아직 공부를 안해서 말라위에 호수 말고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걱정없다. 하쿠나 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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