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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났던 일본 여자가 오늘 나와 같이 모론다바(Morondava)로 가겠다고 했다. 우리는 (당연히) 택시 부르스를 타고 모론다바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모론다바 행 택시부르스는 오후에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오전에 타나(안타나나리보) 시내를 돌아보다가 택시 부르스 정류장으로 가기로 했다.

 

마다가스카르의 도시간 이동 방법

  1. 비행기 : 마다가스카르에는 왠만한 도시마다 공항이 있다. 하지만 국내선은 에어 마다가스카르가 독점하고 있어 비행기 티켓 값이 무척 비싸다. 하지만 왠만한 도시를 1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택시 부르스 :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적인 이동 수단. 택시 부르스라고 불리는 봉고차에 20명 정도 탑승해 움직인다. 곳곳의 도로 상태가 좋지 않고, 봉고차 내부가 좁아 굉장히 불편하지만 가장 저렴한 이동 수단이다.
  3. 4륜 구동 :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4륜 구동 차량을 타거나, 직접 렌트하여 운전하거나(비추천) 운전사까지 고용할 수 있다. 빠르고, 편하다. 여행사 차량 기준 가격은 택시 부르스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일본 여자의 이름은 마유코. 나보다 5살 많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이번 여행을 마지막 장기 여행으로 생각하고 떠나온 것도 그렇고,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3주 동안 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았고, 인도를 여행했던 루트도 비슷했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나와 비슷한 루트로 인도를 여행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지 더욱 놀라웠던 것 같다. 그리고 먹을 것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했다. 그런데 이건 나보다 더 심한 것 같은 것이, 몇 발자국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노점상에서 파는 음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뭐 아무튼 일본인 특성상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주기 때문에 그런지 같이 다니기 편할 것 같다.

 

[타나 시내 전경]

 

[시장은 계단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마다가스카르 화폐는 2005년에 5 Francs을 1아리아리로 바꾸는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하지만 아직 일부 사람들은 가격을 프랑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지 화폐에 친절히 몇 프랑인지도 적혀있었다. 하지만 나 같이 말라가시어와 프랑스어를 못 알아듣는 여행자들은 어차피 손짓 발짓으로 가격을 알아낼 것이기 때문에 프랑을 아리아리로 잘못 알아듣고 너무 비싸다며 놀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택시 부르스 정류장에 갈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단 위에 펼쳐진 아날라킬리 시장(Analakely market)까지만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야만 했다. 어차피 마다가스카르를 떠날 때 타나에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타나를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숙소에서 한동안 사용하지 못 할 와이파이를 마음껏 쓰다가 택시 부르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 서둘러야 했음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타나나리보 시내에서 Fasan'ny Karana station(모론다바 및 남쪽 지방으로 가는 택시 부르스 정류장) 가는 법

  1. 로컬 버스: 기차역에서 한 블록 떨어져있는 타지마할(Taj mahal) 호텔 앞에서 140번 로컬 버스가 출발한다. 이것을 타고 '택시 부르스 수스(South)'에 내리고 싶다고 말하면 알아서 내려준다. 한 좌석에 400아리아리. 짐을 따로 싣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배낭이 좌석 한 자리를 차지하면 400 아리아리를 더 내야한다. 로컬 버스는 사람이 꽉 차야 출발하기 때문에 언제 출발할 지 모르고, 타나는 교통 체증이 조금 있기 때문에 넉넉잡아 1시간은 잡고 출발해야 한다.
  2. 택시: 시내 중심에서 10,000 아리아리 정도는 내야 갈 수 있다. 흥정하기 나름.

 

 

우리는 3시 반 정도에 택시 부르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삐끼들이 로컬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심하게 달라붙어 자기 버스에 타라며 영업 전쟁이 벌어졌다. 마유코가 삐끼들을 상대하는 사이 나는 몰래 빠져 나와 택시 부르스 회사 사무실을 방문해서 티켓을 구하려고 시도했으나 어느새 따라온 삐끼들의 훼방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삐끼들은 나를 따라와서는 회사 직원들에게 압력을 넣어 나에게 티켓을 팔지 못하게 했다. 바가지를 씌우는 일은 참을 수 있어도, 이런 부당한 일은 잘 참지 못하는 성격에 삐끼들에게 몇 번 소리를 치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삐끼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어느새 모론다바 행 택시 부르스 좌석은 한 자리도 남지 않게 되었다. 나는 숙소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지 않고 조금 더 일찍 출발하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됐다.

 

[택시 부르스 정류장의 모습]

 

[택시 부르스에 차곡차곡 짐을 쌓고 있는 사람들]

 

[순박한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한 명이 끌고, 한 명이 밀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한 사무실에 방문해 물어보니 모론다바 행 택시 부르스가 있다고 했다. 다른 곳에 다 없는 좌석이 왜 이 곳에만 있는지 미심쩍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일단 믿고 티켓을 샀다.(50,000 아리아리) 그리고 택시 부르스가 출발할 때가 되어서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탄 택시 부르스는 안치라베(Antsirabe)까지만 가는 것이고, 안치라베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는 모론다바 행 택시부르스를 갈아타야만 했다. 거짓말에 속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출발해서 내일 중으로는 모론다바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아무튼 악명 높은 택시 부르스를 아직 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힘이 다 빠져버렸다.

 

[택시 부르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면서 먹었던 음식들. 마유꼬가 갑자기 사라지면 꼭 이런 것을 들고 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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