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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론다바(Morondava)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오밥 거리(Avenue of the Baobabs)이지만, 키린디 보호구역(Reserve Forestiere de Kirindy)과 칭기 국립공원(Parc National des Tsingy de Bemaraha)도 방문해 볼만한 곳이다. 바오밥 거리와 키린디는 칭기에 가는 길에 있기 때문에 칭기를 보러 가면서 바오밥 거리와 키린디를 구경하는 것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마유코는 칭기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오늘은 바오밥 나무와 키린디만을 구경한 뒤 다시 모론다바로 돌아오고, 칭기는 나 혼자 다음 날 떠나기로 했다.

 

오늘의 일정은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해서 바오밥 거리에서 일출을 본 뒤, 키린디에서 동물들을 관찰하고, 바오밥 거리와 그 밖의 유명한 바오밥 나무를 찾아 돌아다닌 뒤, 바오밥 거리에서 일몰을 보는 것을 끝으로 한다. 새벽에 출발해서 모론다바에 해가 지고 돌아오는 강행군이다. 소니는 우리가 만족한 만큼 팁을 주겠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갑자기 차를 세워 카멜레온도 찾아주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어느새 몰래 술을 마시고 나서는 횡설수설하고 자꾸 잔금을 빨리 달라고 요구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소니는 알코올 중독이니, 피하는 것이 좋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카멜레온을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카멜레온은 귀여운 두 집게 발가락을 가지고 있었고, 꼬리는 귀엽게 돌돌 말려있었다. 그리고 다가가 사진을 찍으면 360도 돌아가는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꿈에 나올 정도였다. 왜 론리플래닛 마다가스카르 표지가 카멜레온인지 알 것만 같았다.

 

바오밥 거리는 모론다바에서 30분 정도 가니 도착했다. 쏟아지는 별들과 바오밥 나무를 동시에 보기 위해 5시에 출발하자는 것을 30분 앞당긴 것이었는데, 오늘은 구름이 잔뜩 껴서 별들을 보지는 못했다. 일출도 못보는 것인가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 동쪽에는 구름이 걷혔고, 우리는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었다.

 

해가 완전히 뜨고 나서야 진정으로 바오밥 나무를 관찰할 수 있었다. 바오밥 나무는 굉장히 크고 특이했다. 그저 한 종의 나무들이 모여있을 뿐인데, 바오밥 거리는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동화 속에 빠져버린 듯한 느낌 때문에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행복했다. 나무 하나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했다.

 

키린디에 도착하니 작은 사랑의 바오밥도 만날 수 있었다. 큰 사랑의 바오밥 나무는 바오밥 거리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바오밥도 짝이 있는데 나는 왜… 울분이 차올라 행위 예술로 화를 승화시켰다.

 

내가 방문한 4월에는 바오밥 나무에 열매가 달려있었다. 아마 지금이 바오밥 열매가 나는 철인가 보다. 바오밥 거리에는 이런 바오밥 열매를 파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호기심에 한 번 맛보고 싶었지만, 그냥 까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을 넣고 하루 정도 숙성시켜야 한다는 말에 포기했다. (물론 그냥 먹어도 되지만 저렇게 먹어야 더 맛있다나..) 며칠 전 중국 부자 커플로부터 바오밥 주스를 맛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호기심을 억누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이드와 함께 키린디를 둘러보았다. 가이드는 영어를 할 줄 몰라 우리는 가이드의 설명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소니는 자기 통역하겠다며 따라 오려고 했으나, 가이드가 소니는 입장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냥 통역 안듣고 소니가 없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이 상황이 너무 좋았다.

키린디에서 우리를 가장 처음 반긴 것은 카멜레온, 작은 뱀, 부엉이 등이었다. 그 중에서도 카멜레온은 보면 볼수록 귀여웠다. 뚱한 표정, 집게 발가락, 나무에서 떨어질까봐 나무를 꼭 붙들고 있는 꼬리.. 모든 것이 귀요미였다.ㅠㅠ 한국에 돌아가서 키우고 싶을 정도였다.

 

마다가스카르의 뱀은 독이 없어서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사실 마다가스카르에 위험한 동물은 거의 없다.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대표적인 Big 5도 하나도 없다. 기껏해야 악어 정도가 가장 위험한 동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독이 있는 거미가 있어 거미도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거미줄 색이 노란색이어서 놀라웠던 거미. 이 거미는 독이 있을까?

 

 

꼬리가 몸통만큼 긴 새를 만났다. 울음소리도 특이했다.

 

여우 원숭이(Lemur)는 두 종류를 만났는데 그 중 가장 보고 싶었던 시파카(Sifaka)도 만날 수 있었다.

 

시파카는 생각보다 겁이 많지 않아 잘 도망가지 않았고, 호기심도 많은 듯 보였다. 내가 손을 내밀자 가까이 다가와 손을 가만히 쳐다보기도 했다. 아마 먹을 것을 주는 것인 줄 알았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침에 바오밥 나무를 보았을 때에는 다른 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여우 원숭이를 보니 이제야 내가 마다가스카르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다가스카르는 섬나라로 오랫동안 고립되어서인지 독특하게 진화한 동식물이 많았다. 가이드는 이것 저것 보이는 것마다 열심히 설명해주었지만 나는 알아들을 길이 없었다..

 

키린디 구경을 마치고 여러 바오밥 나무를 보러 돌아다녔다. 모론다바에서 가장 큰 바오밥 나무부터, 신성하게 여겨지는 바오밥 나무(신발을 벗고 들어가야만 했고 나무에 오르는 것도 허용됐다), 코끼리를 닮았다고 하여 코끼리 바오밥 등 별명을 가진 바오밥 나무들이 많았다. 아마 관광객들을 위해 이것저것 붙일 수만 있다면 별명을 하나씩 붙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별명을 얻지 못해 관광객들이 주목하지 않는 바오밥 나무들 중에도 멋진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바오밥 거리는 관광객이 많이 방문해서 인지 봉봉(사탕)을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보통 관광지의 아이들은 돈을 달라고 많이 요구하는데, 여긴 봉봉이라니.. 확실히 아직 마다가스카르는 때가 덜 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바오밥 카페 직원이 사탕을 챙겨가라고 힌트를 주었지만 까먹고 챙겨오지 않은 내가 원망스러웠다.

 

아침에 차량 운전사가 준 커피 맛 사탕 하나가 주머니에 있음이 생각났다. 아이들은 세 명. 주먹으로 사탕을 부셨더니 공평하지 않은 세 조각으로 사탕이 쪼개졌다. 하지만 사탕을 받은 아이는 자기가 작은 것을 먹고 큰 것을 자기 친구에게 주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성선설이 맞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바오밥 거리는 관광지로 지역 주민들에게 수입을 안겨다 주지만, 도시에서 떨어진 마을에 물자를 공급해주는 중요한 통로이기도 하다. 바오밥 거리를 가만히 관찰하니 지부(Zebu, 마다가스카르의 소)가 끄는 마차들이 이 거리를 많이 지나다녔다.

 

모론다바에서 바오밥 거리로 가는 길 중간에는 한국에서 온 봉사단으로 보이는 건물도 있었다.

 

쌍둥이 바오밥(Twin baobab)은 한 뿌리에서 줄기가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 바오밥이다. 쌍둥이 바오밥 나무는 오를 수 있다고 들어서 오르려고 시도하였지만 자꾸 실패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만히 구경하던 아이가 답답했는지 먼저 시범을 보였고, 나도 그 아이를 따라 올라가니 겨우 오를 수 있었다.

 

지금껏 많은 나라를 돌아다녀봤지만 마다가스카르만큼 사람들이 순박하고 밝은 곳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말은 안통하지만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어쩌면 말이 안통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마다가스카르에 온지 이제 5일 밖에 안되었지만 바오밥 나무가 아닌, 그리고 시파카도 아닌, 바로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때문에 이곳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 같다.

 

오늘은 구름이 많이 껴서 아쉽게도 붉게 타오르는 일몰을 볼 수 없었다. 바오밥 거리를 배경으로 한 일몰이 그렇게 멋지다던데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칭기에 갔다 오는 길에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칭기에 가지 않는 마유코는 정말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마유코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인지 한참을 바오밥 거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구글 이미지로만 보았던 바오밥 나무를 만난 오늘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확실히 인터넷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마다가스카르에 오기로 한 결정을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올바른 결정을 할 때도 있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다. 내 생각에는 바오밥 나무 하나만으로도 마다가스카르에는 올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거기에 마다가스카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여우 원숭이와 순박한 사람들은 덤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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