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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4박 5일 동안 킬리만자로 등반에 나선다. 킬리만자로에는 총 6개의 등반로가 있는데, 그 중 유명한 루트로는 마랑구 루트(일명 코카콜라 루트)와 마차메 루트(일명 위스키 루트)가 있다. 나는 그 중 가장 단기간에 갔다올 수 있는 마랑구 루트를 선택했다. 마랑구 루트는 4박 5일만에 왕복이 가능하지만, 보통은 만다라 허츠(Mandara huts)에서 하루 고산 적응기간을 가지는 5박 6일 코스로 많이 갔다온다. 내가 등반을 시작하는 날에도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5박 6일 일정으로 올랐다... 내가 4박 5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사정때문인데, 등반기간이 하루씩 늘어날 때마다 팁 포함 약 200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하루에 200달러면 한국인 배낭여행객들은 고산병이고 나발이고 하루 일찍 오를 수 있다!

킬리만자로 등반은 보통 킬리만자로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모시(Moshi)라는 마을에서부터 출발하나, 나는 나이로비에서 맺은 계약으로 인하여 아루샤(Arusha)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아루샤에서 모시까지는 버스로 2시간 거리. 하지만 첫 날 코스는 3시간밖에 안되기 때문에 아루샤에서 출발하더라도 아무 문제 없다. 나는 가이드와 요리사, 두 명의 포터와 아루샤에서 만나 모시까지 버스를 타고, 모시에서 마랑구 시내까지 달라달라, 마랑구 시내에서 마랑구 게이트까지 택시를 타는 긴 여정 끝에 킬리만자로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등버스로 보이는 나름 깨끗한 버스를 타고 아루샤에서 모시로 향했다.


달라달라를 타고 마랑구 시내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마랑구 게이트로 향했다.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하니 으리으리한 킬리만자로 오피스가 나타났다. 다른 루트의 입구는 가보진 않았지만 확실히 마랑구 게이트가 가장 인기가 많다는 것을 오피스의 상태를 보고도 알 수 있었다.

오피스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나보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선 여기저기를 바삐 돌아다닌다. 등반을 하기 위해서는 5가지 퍼밋을 받아야 하는데 가이드가 다 알아서 받는다. 물론 2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나는 아루샤에 공짜로 묵는 관계로 내가 신뢰할만한 숙소가 없어 불필요한 짐을 맡기지 않고 모두 가져왔다. 큰 배낭 20kg. 이게 문제가 됐는데, 포터가 들 수 있는 짐의 무게가 초과되어 결국 포터를 한 명 더 고용해야만 했다. 내가 킬리만자로 정상을 밟기 위해 가이드, 요리사, 포터 3명이라는 거대한 팀이 구성됐다. 뭔가 작은 마을의 사또가 행차하는 기분이긴한데..

가이드가 퍼밋을 무사히 받아오자 이곳에서 나와 내 구성원들의 입장료를 결제했다.


4박 5일 입장료는 618달러.. 세렝게티도 그렇지만 탄자니아는 정부에서 너무 많은 돈을 가져간다.


마랑구 루트의 요약표지판이다. 오늘은 3시간만 걷고 나머지는 5~6시간 걷는다. 그리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랑구 루트를 이용하나보다.


우리는 킬리만자로 오피스 밖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모시에서 시작하면 등반하다가 도중에 점심을 먹는데, 우리는 아루샤에서 오는 시간 때문에 시간이 늦어져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가이드는 이곳 마랑구 출신인데 자기 누나가 운영한다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서로 대화하는 걸 보면 가족 같긴 한데 썩 닮지 않아서 진짜 누나인지는 의심이 갔다..

드디어 출발이다! 마랑구 루트의 스타팅 포인트!


킬리만자로는 고도에 따라 지형이 변한다고 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숲속을 걸었다. 나무가 햇빛을 가려줘 등산하기 매우 쉬웠다.


오늘은 등반 도중에 원숭이를 본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경사도 완만해서 조금은 지루한 등반이었다.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새 만다라 허츠까지 한시간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를 반겨주었다.


웰컴 투 만다라 허츠! 2,720m. 벌써 백두산 높이에 올랐다. 오늘 3시간 걸린다고 했으나, 사진 찍을게 별로 없어 그냥 걷기만 했더니 2시간만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내일부터는 천천히 가야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여유가 넘친다. 과연 이 여유가 언제까지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허츠의 내부는 이렇게 도미토리 형식으로 생겼다. 나는 4인실을 배정받아서 이렇고 몇인실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더 큰 허츠도 있었다. 나는 장(장발장의 장 발음)이라는 캐나다 할아버지와 같은 방을 썼다. 장은 이번이 벌써 3번째 킬리만자로 등반으로 10년 전과 5년 전에 모두 정상 등반에 성공했다고 한다. 세 번씩이나 오고싶을만큼 킬리만자로가 매력이 있는걸까! 킬리만자로의 정상은 어떨지 더욱 기대가 됐다.


식당은 엄청 큰 허츠에 따로 위치해있었다. 주방과 식당은 분리되어 있어서,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식당으로 날라다 주었다.


나는 킬리만자로 등반 중에 못 씼을줄 알았는데 샤워실이 있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물이 나왔지만 오늘 날이 너무 더워 씼을만 했다. 샤워를 하고나서 가만히 보니 나만 빼고는 아무도 안씼는 분위기였다.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 차를 마시면서 일기를 쓰고 책을 읽었다. 차와 팝콘을 주방 안에 세팅해주었지만 나는 어두운 식당이 답답해서 그것들을 밖에 가지고 나왔다.


저녁은 통감자와 당근, 그리고 고기. 산 위에선 뭘 먹어도 맛있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벌써 어두워졌다. 별사진 좀 찍고 책 좀 보다가 내일을 위해 일찍 잤다. 킬리만자로 첫 날은 워밍업 수준이다. 내일부터 진짜 산행의 시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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