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늘은 아침 일찍 응고롱고로 분화구를 탐험하고 아루샤에 돌아왔다. 응고롱고로에는 3개의 분화구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분화구에 동물들이 모여 산다. 분화구를 직접 보니 정말 엄청 커서 한 눈에 다 안 들어올 정도였다. 구글맵에서 응고롱고로 지역을 보면 분화구가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동물들이 어쩌다 이곳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드에 의하면 응고롱고로에 한 번 들어온 동물들은 코끼리를 제외하고는 다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한다. 즉, 여기서 태어난 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이 안에서 살아야한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평생을 지내도 지겹지 않을만큼 분화구는 넓고 먹을 풀과 물이 풍부하다.
분화구에 들어서자 동물들이 쏟아졌다. 분화구가 아무리 넓다한들 세렝게티의 광활함에는 못 미치나보다. 쏟아지는 동물들 사이로 3일 동안 한 번도 못 봤던 코뿔소도 (멀리서) 보고, 사자도 많이 봤다. 사자가 사냥을 하기 위해 풀 속에 숨는 것도 봤는데 정말인지 보이질 않았다. 아마 내가 연약한 초식동물로 태어났다면 오늘 그 사자의 밥이 됐을 것이다. 그래도 눈치 빠른 가젤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사자가 숨은 곳으로 가까이 가지 않았고 우리는 사자가 힘차게 뛰어가 가젤의 목을 무는, 그런 아름답지만 잔인한 사냥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어제까지 많은 동물을 못 봐 실망했던 우리는 가이드의 필사적인 드라이브로 오늘 정말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사파리가 끝날 땐 모두가 행복했다.
우리 그룹은 나까지 총 5명이었는데 그 중 중국인 남자 한 명이 있었다. 참 배려심 없고 눈치가 없는데 그냥 중국인이라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정말인지 질리도록 중국산 제품의 자랑을 해대서 다들 질려버렸다.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하늘을 찔렀는데, 다음부터는 중국사람과는 같이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사파리를 마치고 아루샤에 돌아오니 살림(내가 사파리와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예약한 사람)이 나를 맞이 했다. 다행히 내일 킬리만자로에 가긴 가나보다. 아, 사파리 팁은 1인당 20달러(41,000실링)씩 걷어 총 100달러를 가이드와 요리사에게 주었다.
킬리만자로에 갔다와서 잔지바르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인데 잔지바르에서 아루샤로 오는 비행기 값은 100달러에 불과하지만 아루샤에서 잔지바르로 가는 비행기는 200달러가 넘었다. 아마도 나처럼 킬리만자로 등반 후 잔지바르에서 쉬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혹시 저렴한 여행을 추구하는 사람은 잔지바르를 먼저 들르는 루트를 고려해보기 바란다. 잔지바르로 들어가는 페리값이 35달러이기 때문에 100달러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아무튼 나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킬리만자로에서 내려와서 좀 편하게 움직이려 했더니 물건너갔다. 가격은 살림이 35,000실링을 주면 다르에스살람까지 가는 버스를 대신 예매해주겠다니, 아마 커미션을 고려하면 30,000실링 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묵는 숙소는 사파리에 가기 전에 묵었던 숙소와는 다른 곳인데(살림이 그때 그때 정하나보다. 처음에 계약할 때는 자기 소유 호텔이 있다고 했으면서-_-) 방은 좀 덜 깨끗한 대신 와이파이가 된다!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었으니 쏘쏘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제 트레킹 준비를 하고 자야겠다. 4일 동안 찍은 동물 사진만 외장하드에 옮겨도 시간이 훅 지나갈 것 같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