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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부터 내일까지 타랑기레 국립공원, 세렝게티 국립공원, 응고롱고로를 3박 4일 동안 사파리를 한다. 사파리는 게임드라이브라는 형식으로 사파리 차량을 타고 동물을 찾아다니는 형식이다. 각 국립공원마다 사는 동물이 다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동물도 다르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빅 파이브(big five)이다. 빅 파이브란 가장 위험한 다섯 동물을 일컷는 것으로 사자, 코끼리, 표범, 코뿔소, 버팔로를 말한다. 오늘까지 코뿔소를 제외한 네 가지 동물은 봤고, 내일 아침 응고롱고로의 분화구를 탐험할 건데 그곳에서 코뿔소를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타랑기레는 작은 국립공원으로 코끼리가 많고, 별로 움직이지 않아도 동물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세렝게티는 정말 광활한 들판으로 너무 넓어 동물을 찾으려면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다. 하지만 난 어디서도 이런 광활함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정말 좋았다. 길의 끝이 보이질 않았고, 평원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만 높은 언덕에 올라가도 주변 수 킬로미터를 바라볼 수 있어 내가 마치 맹수가 되어 동물을 찾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엄청난 수의 얼룩말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수 천마리는 되어 보였다. 얼룩말과 가젤, 와일드 비스트 무리가 끝도 없이 나왔다. 그리고 얼룩말 뷔페(?)를 앞에 두고 쿨쿨 잠이 든 암사자가 인상적이었다. 먹을게 너무 많아 배부르면 뷔페를 앞에 두고도 편히 잠들 수 있는 사자가 부러웠다.
지금 사파리 중인데 글을 어떻게 올리냐고? 어떤 차량이 무려 와이파이가 된다! 내가 타는 차량은 아니다. 저 차량의 여행사 동업자가 한국인이란다. 역시 이런데에 머리를 잘 쓴다. 아무튼 저 차량에 한국인 신혼부부가 타고 있어 슬쩍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보아 이렇게 글을 올려본다. 이제 여행기 올리는 방법을 사진 없이 글로만 올리는 방법으로 변경하고자 한다.(여행중에만) 아프리카에서 사진을 올리는 것은 너무 고된 작업이다.
내일 오전 응고롱고로 사파리를 마치고 아루샤로 돌아간 후 그 다음날 바로 4박 5일 일정으로 킬리만자로 등반에 나선다. 사파리의 여독이 가시기도 전에 등반하는 거라 조금은 빡빡한 일정이지만 빨리 오르고 잔지바르에서 푹 쉬기로 결정했다. 등반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데 난 잘 해낼 수 있을거다.
사파리와 킬리만자로는 돈이 '엄청' 많이 드는 여행이다. 보통 아루샤에서 사파리 계약을 하고, 모시에서 킬리만자로 등반 계약을 하는데 나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이걸 다 예약했다. 평범하지 않은 방법이고, 따라서 유용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계약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단 가격부터 말하자면 3박 4일 사파리를 580달러, 4박 5일 킬리만자로 등반을 950달러로 총 1530달러에 사파리와 킬리만자로를 계약했다. 그리고 나망가(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에서 아루샤까지의 버스와 아루샤에서의 숙소 3박을 무료로 제공 받기로 했다. 조건만 보면 최고의 계약이다. 지금 사파리 중에 만난 사람들 중에서 내가 최고의 계약을 따냈다. 그래서 나이로비에서 계약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추천하지 않는데, 이유는 나이로비 사람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물론 탄자니아 사람들도 아무도 신뢰해선 안된다) 나이로비에서 이렇게 계약하고 약속된 시간에 나망가로 갔더니, 나와 계약을 한 사람이 핸드폰을 꺼놓고 잠수를 탔다.-_- 우연히 동업하는 다른 사람 명함 하나를 받아둔게 있어서 그쪽으로 전화해서 내가 나이로비로 돌아가면 경찰과 함께 갈 거라고 협박(?)을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너 진짜 나이로비로 돌아올거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 이들은 내가 나이로비를 떠나면 다신 안돌아올 줄 알고 굉장히 싼 가격과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계약금만 꿀꺽하려고 한 것 같다.(계약금은 150달러를 줬다) 하지만 난 장기 여행자고 시간이 많아 돌아가겠다고 했더니(물론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바로 아루샤행 버스를 보내줬다.(버스는 관광객전용 버스였는데 굉장히 좋았다. 지금까지 내가 아프리카에서 탔던 버스 중에 가장 럭셔리했다. 그리고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타고 있었는데 볶음 고추장이라는 슈퍼초울트라 레어 아이템을 선물해주셨다.) 나는 국경에서 탄자니아 비자를 받으면서 이미그레이션에 '나 사기 당한 것 같다'며 상황을 설명하고 탄자니아 쪽 여행사 사람에게 전화를 부탁했다. 정부 직원이 전화를 걸어서인지 효과는 뛰어났다. 그는 아루샤 버스 정류장으로 픽업 나왔고, 숙소까지 데려다 주고 향후 일정에 대해서 이것저것 차분히 잘 설명해주었다. 물론 표정은 좋지 않았다. 너무 저렴한 가격으로 관광객을 넘겨받은 탓일 것이다. 그리고 나이로비에서 작성한 계약서를 매우 꼼꼼히 읽어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오케이했다. 계약서가 매우 중요했는데, 나는 숙소 3박 제공과 교통편 제공을 계약서에 쓰길 요구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숙소 제공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한 가지 손해본 것이 있는데 킬리만자로 등반시 장비를 모두 대여해주기로 했는데 그 문구를 포함 안해서 장비 대여료로 40달러를 내야했다. 케냐나 탄자니아에서 무슨 일을 할 땐 반드시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계약서에 적어야 한다. 아무튼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파리를 출발할 수 있었고, 내일 모레 킬리만자로에 제대로 출발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내 아프리카 여행은 이런식으로 아슬아슬 줄타기같이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사파리 동안 유쾌한 사람들을 만나서 정말 즐겁게 사파리를 하고 있다. 사람 복은 좋은 여행이다. 아무튼 지금은 응고롱고로 캠핑장인데 와이파이가 되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이만 줄이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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