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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 차와 드라이버는 제 시각에 도착했고, 모론다바로 데려다주기로 한 호텔 매니져도 보였다. 그런데 호텔 매니져는 차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 있었고, 호텔 직원 수 명이 차를 둘러 싸고 있었다. 영어가 되는 (어제 나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던) 호텔 직원으로부터 드라이버가 호텔 매니져를 데리고 가기 싫다는 말을 들었다. 드라이버를 설득하려 했으나, 드라이버는 영어를 할 줄 몰라 대화가 전혀 안통했고 어서 떠나자는 말 뿐이었다. 나는 호텔 직원과 매니져에게 사과를 했고, 그들은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하였다. 어제 공짜로 얻어먹은 맥주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출발하고 나서 한동안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드라이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물론 프랑스어로 말해서 정확히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바디랭귀지로 왜 호텔 매니져를 안태웠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제 내가 숙소를 옮기고 나서 드라이버는 호텔 직원에게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들이 거절해서 지난 밤 차에서 잤다고 했다. 아, 드라이버는 내가 가는 숙소에 얻어 자는구나.. 미처 알지 못했다. 어쩐지 그 똥 같은 첫 번째 숙소가 20,000아리아리나 하는게 이상하긴 했다. 내가 드라이버 숙박비까지 두 명치를 낸 것이었군..
한편으로는 부탁을 거절해야만 했던 호텔 매니져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호텔은 무척 세련되어서 딱 봐도 프랑스 사람 소유의 호텔 같았다. 호텔 매니져는 그저 호텔 관리만 위임 받았을 뿐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방을 내줄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해는 가지만 안타까운 상황. 그리고 놀라웠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항상 밝고 순수한 사람들인줄로만 알았는데 이 사회에도 갈등이 있다는 사실이..
첫 번째 강(마남볼로 강, Manambolo river)을 건널 때 마치 누군가 구름 뭉치를 얇게 썰어서 하늘에 뿌려놓은 듯한 하늘에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늘도 역시나 차가 진흙탕에 빠졌다. 이번에도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드라이버가 팁을 주었다.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 하지만 이틀 전에 한 번 지나갔던 길이어서인지 더 이상은 진흙에 빠지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면서 마다가스카르 지폐를 한 번 구경해보기로 했다. 10,000아리아리에는 알 수 없는 건물이 그려져 있었지만, 2,000아리아리에는 바오밥 나무, 1,000아리아리에는 여우원숭이(Lemur)와 거북이, 100아리아리에는 칭기(Tsingy)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모든 지폐에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동물인 지부(Zebu)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이 밖에도 5,000아리아리, 500아리아리, 200아리아리 지폐가 있는데 현재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는 3주 동안 지폐에 있는 모든 것들을 구경할 수 있을까?
마다가스카르의 소, 지부(Zebu) |
마다가스카르에는 큰 뿔이 달리고 등에 큰 혹이 있는 지부라고 불리는 소가 있다. 지부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동물인데, 농사와 교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맛있는 고기를 제공해준다. 지부 고기는 굉장히 부드럽고 맛이 있는데, 저렴하기까지 하다.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지부보다 닭 요리가 비쌀 정도이다. 지부가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부의 저장 수단이기 때문이다. 마치 은행(Bank)과 같다. 청년들이 처음 취업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지부를 사는 일이라고 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지부를 소유하고 있고, 마다가스카르를 여행자는 길 여기저기에서 쉽게 지부를 만날 수 있다. |
이틀 전 모론다바(Morondava)에서 베코파카(Bekopaka)로 갈 때에는 재미있던 길이 오늘은 힘들게만 느껴졌다. 사람 구경을 하는 재미가 없었다면 참으로 고되기만 했을 길이었을 것이다. 마다가스카르 곳곳에서는 스폰지 같은 것이 많이 보였는데 어디에 쓰는 건지 궁금했다. 설마 저게 침대 매트릭스인가..
키린디 국립공원을 지날 때쯤 바오밥 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중간중간 차를 세워 바오밥 나무를 감상했다. 오늘이 지나면 언제 또 다시 여기에 올 수 있을까? 괜시리 감상에 빠졌다.
바오밥 거리를 거닐며, 사람들 구경도 하고, 봉봉(사탕)을 달라는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카멜레온의 귀여움에 감탄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인생 최고의 일몰을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세상 여기저기를 많이 돌아다니면서 멋진 일몰을 많이 보았었지만, 단언컨데 오늘 바오밥 거리에서의 일몰이 내 인생에서 가장 멋있는 일몰이었다. 항상 떨어지는 해를 볼 때면 깊은 생각이나 감상에 잠기곤 했는데, 오늘은 바오밥 나무를 배경으로 붉게 물든 하늘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만 했다. 하늘에 적당히 흩뿌려진 구름 때문에 일몰의 아름다움이 더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이 더 아름다운 붉은 색으로 물들어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아직도 마다가스카르 여행이 2주나 남았지만 벌써 마다가스카르의 하이라이트를 벌써 봐버린 느낌이다.
숙소에 돌아가니 모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노히라(Ranohira)로 가는 4WD 차량을 구해달라고 요청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건의 대답은 'No'였다. 어쩔 수 없이 내일은 택시부르스를 타고 라노히라까지 가기로 했다. 모건 말에 의하면 하루하고도 한나절이 걸린다고 한다.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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