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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얼어 죽을뻔 했다. 처음엔 침낭 없이도 잘만 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추워져 잠에서 이후로 잠이 없었다. 상의는 그래도 패딩과 바람막이를 입어 버틸만 했는데, 하의가 문제였다. 다리가 너무 추워 몸이 벌벌 떨렸다. 화산 옆에서 얼어죽는 전설이 뻔했다. 4시에 기상하는 일정이 살렸다. 만약 6시에 일어나는 것이었으면, 아마 얼어죽었을 것이다. 혹한기 훈련 이후 (체감 온도가) 가장 추웠던 날로 기억된다.

 

우리는 다시 화산으로 향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렇게 새벽에 화산을 보러가는 이유는 밤과 새벽의 화산활동은 밤과는 다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우리는 불과 6시간 전에 화산이지만 쪽잠을 자는 수고를 하면서도 새벽같이 일어나 화산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이드에 의하면 이렇게 새벽 화산을 보러가는 여행사는 ETT 유일하다고 하다.(하지만 새벽에 가보니 다른 여행사의 관광객들도 조금 있었다) 화산으로 걸어가던 도중 알렉스에게 지난 밤의 추위에 대해서 하소연을 했다.

'알렉스, 어제 얼어 죽을뻔했어. 엉엉 ㅠㅠ'

'? 패딩 안입었어?'

'아니, 패딩은 입었는데, 침낭 안가져왔잖아. 안추웠어?'(알렉스도 침낭 안가져옴)

'아니, 안추웠는데. 이건 러시아에선 보통(normal)이지.^^' (알렉스는 normal superb라는 말을 굉장히 즐겨 쓴다)

역시 러시아 형님들은 다르다는 느끼면서 그냥 화산이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보: 당신이 러시아인이 아니라면, 침낭을 반드시 챙기세요.

 

6시간만에 화산과 다시 마주했다. 가이드의 말처럼 새벽이라 그런지 화산 활동이 어제 밤보다 활발했다.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자주 있었다. 폭발이 잦아서인지 분화구 쪽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가이드에 의하면 10 전의 에트라 에일 화산은 모습이 아니었다고 한다. 분화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 사실임을 확신할 있었다. 확실히 분화구는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에트라 에일 화산은 이상 사람이 접근할 없는 곳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화산을 직접 보고 싶은 사람은 시라도 빨리 다나킬 투어에 가는 것이 좋을 같다.(광고글 아닙니다)

어제 실컷 사진을 찍어서인지 오늘은 화산을 구경하는데 집중할 있었다. 내가 언제 이런걸 직접 있을까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캠핑장으로 돌아섰다.

 

캠핑장의 모습. 이렇게 바람막이 역할을 돌담 안에서 명씩 매트릭스를 깔고 잔다.

강조: 화산의 열기는 이곳을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화산을 배경으로 일출을 보기 위해 기다렸다. 하지만 베이스 캠프로 출발해야 하는 시각까지 해가 뜨지 않아 결국엔 화산을 배경으로 하는 일출은 보지 못한 어제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우리는 오늘 메켈레로 돌아가는 여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계획된 일정에 움직여야 한다.

 

내리막 길이어서 자체는 쉬웠고, 해도 등뒤에 있어서 걷기엔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밤새 추위에 떠느라 잠을 한숨도 못자서인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 어제는 깜깜해서 없었던 화산 폭발로 인한 척박한 땅에서도 나무와 풀들이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마리의 나비가 한동안 길동무를 해주었다. 화산과 나무, 나비. 인상적이었다.

 

베이스 캠프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은 메켈레로 돌아간다. 요시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아침을 먹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먹었다.)

 

고된 화강암 길을 다시 지난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는데도 정말 힘든 코스다. 알렉스는 연신 '이티오피안 마사지! Superb!' 외쳤다. 먹고 자라면 저렇게 유쾌할 있을까. 술인가? 그래도 돌아오는 길은 어제보다 즐거웠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차가 화강암 지대를 엉금엉금 기어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기도 하고, 사막지형을 달리는 모습도 동영상으로 찍기도 하는 드라이브를 즐겼다. 그렇게 유쾌하지만 길고 고된 드라이브 끝에 드디어 메켈레에 도착할 있었다. 메켈레에 도착하니 오후 4 반이다. 새벽에 화산을 이외에는 하루종일 이동만 하루다. 그래도 다나킬 투어는 알찬 투어라고 생각한다. 5 후에 다나킬 지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우유니처럼 가장 유명한 관광지 하나가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메켈레에 도착해 ETT 저렴한 숙소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바로 옆에 있는 Seti Hotel 추천해 주었다. 150비르인데 시설이 굉장히 열악하다. 방에는 물도 안나와서 결국엔 방을 개를 사용했다.(좋은건가..) 와이파이는 1 로비에서만 되는데, 우연찮게도 방에는 어떤 정체불명의 공개용 와이파이가 미약하게 잡혀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인터넷을 있었다.(인터넷은 굉장히 느리다)

 

4 만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꿀맛이었다. 샤워 ETT 사무실에 갔더니 산드라(미국인 여자) 부부도 내일 곤다르로 간다고 한다. 원래는 로컬버스를 이용해서 곤다르로 생각이었지만, 이번에도 충동적으로 산드라 부부와 함께 여행사 차량을 타고 곤다르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끊임없는 충동적인 의사결정들이 이어지는 같다) 차량편을 확정하고 러시아 커플과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인 스테이크! 하지만 스테이크는 생각과 달랐다. 아무래도 에티오피아에서는 스테이크를 기대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렉스도 다른 스테이크를 시켰지만 먹지 않고 남겼다. Normal superb만을 외치던 그가 처음으로 not good이라고 말했다. 소피아는 속이 안좋다고 하여 스프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다나킬 투어 이후 배탈이 난다고 한다. 아마도 투어기간 동안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일 것이다. 나는 투어기간 동안 먹기 전에 항상 손을 물티슈 물로 씼었고, 모래 바람이 불면 음식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등지고 서서 먹는 신경을 썼더니 다행히 탈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면 기생충 약은 먹어야겠다.(그래서 한국에 언제 돌아가는데?)

저녁을 먹은 알렉스와 나는 테치(=허니와인) 찾아 다녔지만 메켈레에서 테치를 찾기는 어려웠다. 소피아가 몸도 안좋기도 해서 우리는 그만 헤어지기로 했다. 알렉스와 소피아 때문에 정말 유쾌했던 3 4일이었다. 에티오피아 여행 시작부터 재밌는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여행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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