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늘의 목표는 내일 시미엔 산(Mt. Simien)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게 교통편 예약과 트레킹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보너스로 곤다르 성을 둘러볼 것이다.

 

시미엔 산을 트레킹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여행사에 모든 걸 맡겨 버리는 방법. 곤다르에서 출발할 때부터 트레킹 후 곤다르 숙소에 돌아오는 것까지 여행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굉장히 편한 방법이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한데 혼자 여행객이라면 그다지 비싼 가격도 아니다. 왜냐하면 여행사를 통해서 하게 되면 가이드, 스카우트, 요리사, 뮬맨(mule man)의 비용을 3~4명의 그룹이 분담하기 때문에 인당 부담하는 가격이 낮아진다. 하지만 혼자 여행객이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이 모든걸 혼자 부담하게 되면(물론 혼자 가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스카우트만 고용할 것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혼자 여행객은 여행사를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나쁘지만은 않다. 참고로 가이드, 요리사, 뮬맨은 옵션이지만, 스카우트는 규정상 반드시 고용해야만 한다.

두 번쨰로는 자기가 모든 걸 알아서 하는 방법. 곤다르에서 더바르크까지 로컬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부터(혹은 아예 곤다르로 가지 않고 더바르크에서 숙박을 하며 트레킹 준비를 하거나), 트레킹 장비 렌탈(시미엔 산 park headquarter에서 모두 빌릴 수 있다), 스카우트 등의 고용(이것도 역시 park headquarter에서 고용할 수 있다)까지 자기가 알아서 하는 방법이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발품도 조금은 팔아야 하지만 가장 저렴하게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시작지점까지 걸어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보다 같은 구간을 트레킹 하더라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마지막으로 곤다르에서 시미엔 산까지와 시미엔 산에서 곤다르 숙소까지 왕복 교통편만을 여행사에서 예약하고,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준비하는 방법이다. 트레킹을 시미엔 산 입구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올라가 부잇 라스(Buyit Ras)라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하고, 트레킹 종료 시 시작한 지점으로 되돌아 오는 것이 아니라 끝나는 지점에서 준비된 차량을 타고 곤다르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트레킹 시간은 줄일 수 있고,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나는 세 번째 방법으로, 즉 여행사에 교통편만 부탁하고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는 방법으로 트레킹을 하기로 결심하고 곤다르 시내로 나섰다.

 

일단 여행사에 들르기 전에 아침을 먹기 위해 한 호텔에 들어갔다. 메뉴를 펼쳤는데 스페셜 버거가 눈에 들어오길래 주문했다. 어제 스페셜 비어의 대성공의 영향으로 이제 스페셜만 보면 왠지 느낌이 좋기 때문에 시켜봤다.

 

스페셜 버거는 총 4등분으로 잘려서 나왔는데, 한 조각 한 조각이 내 주먹보다 컸다. 그리고 4등분된 걸 합치면 내 얼굴보다 컸다…(난 참고로 머리가 크다) 양은 정말 스페셜했다.. 하지만 맛은 그저 그랬다. 한 조각하고 반을 먹고는 더 이상은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걸 남기고 가기엔 너무 아까웠다. 결국 남은 버거는 테이크 아웃을 했다. 테이크 아웃, 5비르 추가.

 

남은 스페셜 버거.. 메뉴 선정 실패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햄버거만 먹는 스페셜한 날이 되었다.

 

배도 든든하게(=터지게) 채웠으니 이제 여행사를 찾아갈 시간이다. 어제 시내를 한 바퀴 돌면서 봐두었던 여행사 두 곳을 찾아가봤지만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뭐지.. 장사 안하나.. 어쩔 수 없이 달려드는 삐끼들을 뿌리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삐끼들을 통해 여행사를 찾아다녔다. 곤다르의 여행사 사장들은 여행사 말고도 이런 저런 사업을 동시에 하는 것 같았다.(부익부 빈익빈은 어딜 가나 똑같구나) 그래서 사무실은 항상 비어있고, 삐끼들이 전화를 해야만 모습을 나타냈다. 사무실 앞에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기 때문에 내가 전화할 수도 있지만, 1분에 3,480원씩 내면서 통화하느니 그냥 삐끼들이 커미션을 먹게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에티오피아 유심을 산 사람들은 삐끼들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교통편만 예약하는데도 생각보다 가격이 높아 놀랐다. 결국 여러군데 퇴짜놓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피터(Peter)라는 사장에게 150달러에 왕복 교통편을 제공받기로 합의했다. 일반 투어를 하면 180달러인데 왜 150달러에 교통편만 제공받냐고 피터가 자꾸 설득했지만 그냥 거절했다. 사실 머리 속으로 계산해보니 180달러에 그룹에 참여하는게 돈이 더 적게 들 것 같았지만, 이미 No라고 강하게 질러버린 상태라 번복하기 자존심 상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남자는 쓸데없는 자존심이 문제다.

 

아무튼 교통편을 예약했으니 이제 3박 4일 동안 먹을 것을 사야할 차례다. 그런데 삐끼들이 나를 떠나지 않는다. 삐끼들은 나에게서 좀 더 벗겨먹으려고 별의 별 수작을 다 부린다. 삐끼 왈, 트레킹 장비를 렌탈하는 것보다 곤다르에서 사서 쓴다음 산 위에서 파는게 더 이득이란다. 난 이렇게 말하길래 처음엔 산 위에 시장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더 들어보니 나 같은 트레커한테 팔면 된단다. 장비를 안 챙겨오는 트레커가 어딨냐…

이들은 내 환심을 사려고 코이카(KOICA) 친구가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먼 아프리카까지 와서 좋은 일을 하는 코이카가 한국인 관광객을 속이는 도구가 된다는 사실이 기분 나빴다. 나는 이 삐끼들을 뿌리치고 슈퍼마켓에 가서 먹을 것을 샀다. 론리플래닛에 나온 피아자(Piazza) 주변 슈퍼마켓은 가격이 정찰제여서 바가지를 쓰지 않고 음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바가지만 쓰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버스 정류장 근처 시장에서 음식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할 것 같긴 하다. 아무튼 나는 피아자 주변 슈퍼마켓에 갔지만 이미 많은 트레커들이 왔다갔는지 살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쌀과 파스타, 참치 등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피터를 다시 만났다. 피터는 포기하지 않고 그룹에 참여하라며 나를 다시 유혹했다. 결국에는 그룹에 참여해서 트레킹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내 마음은 갈대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마음이 변한다. 아무튼 우리의 계약은 성립됐고 나는 계약서 작성을 원해 피터는 종이 한 장을 찢어 자기가 제공할 것을 적어내려갔다. 시미엔까지 왕복 교통수단, 가이드, 스카우트, 노새 등. 에티오피아 및 아프리카에서 계약서 작성은 중요하다. 계약서를 쓸 때는 반드시 깐깐하다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자세히 적는 것이 좋다. 나는 이번이 에티오피아에서 적은 첫 계약서였고, 대충 적었다가 나중에 피해를 볼 뻔했다.

내가 속한 그룹은 나를 포함해서 4명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요리사(Cook)를 고용하지 않고 자기가 요리를 해먹기로 했단다. 그래서 내가 이미 산 음식들이 쓸모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음식을 부실하게 준비해서 트레킹하는 내내 배가 고파 힘들었다. 만약 트레킹을 하는 동안 직접 요리를 할거라면 반드시 음식은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자.

 

시간이 두 시간 정도 남아 곤다르 성을 구경하기로 했다. 곤다르 성은 Fasil Ghebbi라고도 불리며, 곤다르 시내 중앙에 크게 성벽으로 둘러 쌓여있어서 찾기 쉽다. 아니, 못 보고 지나칠 수가 없다. 주중에는 무료 가이드가 있다던데 오늘은 주말이어서 무료 가이드는 없었다. 하지만 많은 결혼식들이 곤다르 성에서 행해지고 있었고 결혼식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가이드 북을 보며 혼자 곤다르 성을 구경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랐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한껏 예쁜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오늘 하루종일 삐끼들 때문에 지쳤었는데 아이들로 인해 치유되는 것 같았다.

 

숙소에 돌아와 트레킹에 필요없는 짐을 따로 빼내서 숙소에 맡겼다. 나는 숙소 주인 아주머니를 자꾸 마마라고 불렀는데, 자기는 마마가 아니라며 화를 내셨다. 자기 이름은 xxx라고 했는데 기억력이 나쁜 나는 듣자마자 까먹었다.-_-; 내일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스페셜 비어(베델레)가 눈에 아른거렸지만 참고 잠자리에 들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