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6)(칭기) 날카로운 석회암 봉우리, 칭기(Tsingy).
지각변동으로 융기된 석회암 지대가 수천만 년 전 산성비에 녺아 날카로운 봉우리를 이루게 된 세계문화유산 칭기(Tsingy). 1500년 전 이곳에 살던 바짐바족은 칭기의 날카로운 봉우리 때문에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었는데, 발끝으로 걷는 모양을 바짐바족 말로 칭기라고 불러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칭기는 그랑칭기(Grands Tsingy)와 쁘띠칭기(Petits Tsingy)로 나뉘는데, 그랑칭기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 크고 멋지다고 한다. 하지만 그랑칭기는 베코파카(Bekopaka)에서 북쪽으로 17km 떨어져 있는데 이곳 도로에 물이 아직 안빠져 나는 갈 수 없었다. 보통 5월부터는 그 길이 열린다고 하니, 칭기를 방문하고 싶은 여행자는 참고하도록 하자. 사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그랑칭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쁘띠칭기의 입구는 베코파카 마을 바로 옆에 있다. 나는 카누를 타고 마남볼로(Manambolo) 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협곡을 관찰한 뒤 트레킹으로 쁘띠칭기로 둘러보았다.
우리의 카누 맨은 굉장히 건장한 아저씨였는데, 카누를 직접 깎아 만드신다고 한다. 카누는 한 번 만들면 물이 스며들어 5~6년 정도만 쓰고 바꿔줘야 한다고 한다. 여담으로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면서 놀란 점은 대부분의 남자들 몸이 근육질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그냥 근육이 아니라 엄청난 근육이다! 많은 수의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있기 때문에 여자 여행자들은 좋겠…
마남볼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예전에 이곳에 살았던 바짐바 족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짐바 족의 무덤이었는데, 절벽 한 가운데를 깎아 그 곳에 뼈를 놓았다고 한다. 카누를 타면서 절벽에 있는 바짐바 족 두개골들을 볼 수 있었다.
바짐바 족이 썼던 그릇
칭기는 뾰족한 석회암 봉우리가 가장 유명하지만, 8종류의 여우원숭이(Lemur)를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 장소이기도 하다. 나는 비록 여우원숭이는 만날 수 없었지만 독특한 동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나뭇잎으로 위장한 나비. 잎이 갈색으로 물드는 가을이었다면 정말 감쪽같이 속았을 것 같다.
쁘띠 칭기는 크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신비로웠다. 뾰족한 부분을 밟으면 부서질 정도로 약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단단해서 당황스러웠다. 아마 트레킹화를 신지 않고 갔더라면 발이 좀 아팠을 것 같다. 이런 곳을 (아마도) 맨발로 다녔을 바짐바 족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이 넓은 섬에서 굳이 왜 이런 땅에서 살았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쁘띠 칭기를 보고 나니 그랑 칭기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만약 다음에 다시 한 번 마다가스카르에 올 기회가 생기면 그 땐 반드시 그랑 칭기에 가기로 다짐했다.
쁘띠 칭기 가격 정보 |
가이드(필수) : 155,000 아리아리 입장료 : 55,000 아리아리 카누(선택) : 15,000 아리아리 |
쁘띠 칭기 구경을 마치고 새로운 숙소를 찾았다. 이번에도 자라의 도움을 받아 어제 환전했던 좋은 호텔에 찾아갔다. 시설에 비해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길래 그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그런데 그 호텔 매니져가 어제 돈을 더 많이 환전해주었다며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돈을 확인해보니 319,000아리아리를 받았어야 했는데 390,000아리아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걸 미리 알았다면 내가 여기 안돌아왔는데… 아무튼 잘못 받은 돈이니 71,000아리아리를 돌려주었다. 하지만 돈을 돌려주면서 나도 참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 돈 거래를 할 때에는 반드시 돈을 제대로 확인해야하는데, 그냥 돈을 덥썩 받아 지갑에 넣다니.. 이번엔 돈을 많이 받은 경우라 다행이었지만, 만약 돈을 적게 받았거나 위조지폐를 받았다면 어찌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바보! 바보!
베코파카 숙소 정보 |
이름 모름. 46,500 아리아리(17,000원). 리셉션에 와이파이 있음. 내가 묵은 방에는 선풍기 없음. 공용 화장실/샤워실. 수영장 있음. |
오랜만에 좋은 숙소에 오기도 했고, 베코파카 마을은 구경할 것도 없어 남은 시간동안은 숙소에서 인터넷도 하고,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데 옆에 이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 혼자만 있는 줄 알았던 수영장에 개구리가 함께 수영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개구리에게 수영장을 혼자 쓰도록 양보하고 수영은 그만 하기로 했다. 더위를 피해 몸만 담궜으면 됐다..ㅠㅠ
리셉션 의자에 걸터 앉아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호텔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내일 모론다바로 돌아갈 때 호텔 매니져도 데리고 가면 안되겠냐고 부탁을 했다. 나는 흔쾌히 승낙했고, 혹시 모르니 드라이버에게도 미리 말해놓으라고 했다. 그 이후 호텔 직원과 매니져는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특히 호텔 직원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배워서 자꾸 내 얼굴을 볼 때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 그만해…ㅠㅠ
아무튼 내 생각엔 베코파카와 모론다바를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관광객들이 4WD 차량을 타고 왔을 때 차를 얻어타고 다니는 것 같았다. 뭐 어찌됐든 이 덕분에 오늘은 맥주를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심지어 점심에 먹었던 맥주 값도 빼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점심에 많이 마시는 거였는데…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만 해서 저녁에 맥주를 많이 마실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뭔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훈훈한 마다가스카르의 하루가 이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