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마다가스카르

(D+105)(칭기) 베코파카(Bekopaka)로 가는 길.

뱅길 2016. 4. 13. 23:48

베코파카(Bekopaka)는 칭기의 베이스 캠프가 되는 작은 마을이다. 모론다바(Morondava)에서 베코파카까지 가는 길은 무척 험해서 오직 건기에만 4WD 차량만 타고 갈 수 있다. 그것도 가는데 꼬빡 하루, 오는데 꼬빡 하루, 총 이동시간만 이틀이 걸린다. 칭기를 구경하는 1~2일을 합치면 칭기에 갔다 오기 위해서는 최소 3~4일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4WD 차량과 드라이버를 고용하는데에는 하루에 230,000아리아리(85,000원)가 들었다. 그리고 베코파카에 가기 위해선 강을 두 번 건너야 되는데, 첫 번째 강은 40,000아리아리, 두 번째 강은 20,000아리아리가 든다.(두 번째 강은 원래 10,000아리아리인데, 배를 모는 직원이 지금은 비수기라며 20,000아리아리가 아니면 안태워 준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20,000아리아리를 지불했다) 왕복 총 120,000아리아리. 차 하나 당 가격이다. 교통비만 3일 동안 30만원 가까이 든 셈이다. 칭기는 돈이 많이 드니 꼭 일행을 구해서 같이 가도록 하자. 내가 마유코를 잘 설득했어야 했는데..ㅠㅠ

 

이제 건기가 시작되어 모론다바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가이드 일을 하기 위해 베코파카로 돌아가는 청년이 차에 함께 탔다. 이름은 자라(Zara).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사이였는데, 자라는 공짜로 차를 얻어타고 베코파카로 갈 수 있어 좋았고, 나는 베코파카로 가는 길목마다 자라가 해주는 설명을 공짜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자라는 내가 베코파카를 떠날 때까지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었다. 혹시 헤어질 때 팁을 요구하면 좀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나중에 헤어질 때까지 팁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성실하고 착한 청년이었다.

 

마다가스카르의 우기는 3월까지이고, 4월부터는 건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4월에는 가끔 비가 내리기도 하고 아직 우기 때 고여있던 물이 마르지 않아 길이 무척 험했다. 곳곳이 진흙탕이고, 물이 고여있는 곳도 많았다. 오늘만 진흙탕에 차가 4번이나 빠져 앞에서 밀고, 뒤에서 밀고, 옆에서 미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 어떤 곳에서는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차를 빼낼 수 없어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차를 빼내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드라이버가 팁을 주었다. 이게 다 230,000아리아리에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물이 고여있는 곳을 지날 때에는 물의 깊이를 가늠하기 위해 드라이버가 직접 걸어서 물속에 들어가본 다음에야 지나갈 수 있었다. 어떤 곳은 길이 끊겨 지역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우회하는 길로 가야만 하는 곳도 있었다. 물론 이곳을 지날 때에도 지역 주민들에게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물론 내가 아니라 드라이버가 지불했다.

 

작은 배 두 개를 이어 붙인 배에 차를 싣고 강을 건너는 경험도 나에겐 신선했다. 내가 이런 배를 타보게 될 줄이야…

 

차를 배 위에 싣고 내릴 때는 보는 내가 위태로울 정도였다. 처음에 차를 배에 실을 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차 안에 있었다가 혹시나 차가 물에 빠지면 어쩌나 가슴을 조려야 했다. 그러고 나서부터는 차를 배에 싣고 내릴 때에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서 멀리서 지켜보았다.

 

베코파카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운전한 것도 아니면서 괜히 내가 진정한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들어 괜히 으쓱해지기도 했다.

 

베코파카는 정말 작은 마을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는 은행은 커녕 ATM도 없어서 내 황금 같은 달러를 환전해야만 했다. 칭기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모론다바에서 충분한 돈을 뽑아오는 것이 좋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유로를 환전하는 것이 편한데, 다행히 이 마을에 있는 큰 호텔에서는 달러도 환전해주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는데, 인터넷으로 환율을 조회해 본 호텔 매니져는 기준환율과, 살 때 환율, 팔 때 환율을 받아 적더니 그 중 가장 높은 환율로 환전을 해주었다. 굳이 돈을 많이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베코파카에 오는 교통비로 자금 출혈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자라에게 가장 저렴한 숙소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20,000아리아리인 숙소는 전기가 없는 곳이었다. 모론다바에서도 전기가 종종 끊겼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이곳에 묵기로 했다. 하지만 체크인 하고 나서 보니 물도 안나오는 곳이었다. 샤워는 드럼에 받아놓은 물로 해야만 했다. 에티오피아를 여행할 때 이런 적이 있어서 별 상관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드럼에 있는 물이 황토색이었다.-_- 강물을 그냥 받아놓은 것이다. 다른 강이면 몰라도 베코파카 앞을 지나는 마남볼로 강(Manambolo River)은 황토색으로 그냥 한 눈에 봐도 깨끗하지 않은 물이다. 오늘 진흙탕에서 차를 미느라 땀을 많이 흘려 안씻을 수도 없어 눈 딱 감고 씻었다. 그리고 샤워를 하면서 내일은 숙소를 옮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마 아프리카 여행 중 가장 최악의 숙소가 아니었나 싶다. 에티오피아 남부를 여행할 때 묵었던 100비르짜리 숙소도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