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잠비아

(D+68)(루사카) 루사카에 도착하다.

뱅길 2016. 3. 7. 19:17

오늘은 하루 종일 버스에만 있었다. 릴롱궤(Lilongwe)에서 루사카(Lusaka)로 직접 가는 버스를 탔는데도 하루가 꼬박 걸린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기를 희망했지만 루사카에 도착하니 어둠이 막 깔리기 시작한 저녁 7시쯤이었다. 아침 5시 반에 버스를 타서 6시에 출발했으니 꼬박 13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동시간만 따지면 10시간도 안되는 것 같은데, 국경을 통과하고 치파타(Chipata)라는 곳에 정차하여 버스에 사람을 채우느라 시간이 늘어졌다. 말라위에서 4시간을 기다린 이후로 버스에 사람을 채우는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리는 건 나에겐 아무 문제 없다.

 

국경에서 잠비아 비자를 받는 것은 수월했다. 돈만 있으면 된다. 싱글 비자 50달러, 더블 비자 80달러. 나는 빅토리아 폭포를 볼 때 짐바브웨에 넘어갔다가 다시 잠비아로 들어오기 위해 더블 비자를 받았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국경 이미그레이션에서 나에게 거슬려 줄 20달러짜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보통 싱글 비자를 받기 때문에 50달러짜리만 있나보다. 아무튼 나는 100달러 짜리를 20달러로 쪼개기 위해 국경 주변의 암환전상들에게 수소문해보았지만 20달러 5장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이미그레이션 직원이 먼 곳 어딘가에서 돈을 바꿔와서 무사히 잔돈과 더블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미그레이션 직원이 내 100달러 짜리를 들고 수소문하러 간 사이 나는 남은 말라위 콰차(MWK)를 잠비아 콰차(ZMK)로 환전했다. 5,000 MWK를 70 ZMK로. 계산을 해보니 77 ZMK가 적정 환율인데 10% 정도 손해를 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버스는 내가 거스름 돈을 못 받고 있어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결국 13시간이나 걸린 건 나 때문인 것 같기도 싶다.

 

버스는 국경을 통과해 치파타에 도착했다. 치파타는 말라위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다. 이곳에서 사람을 태우느라 하염없이 정차해 있는데 한국 사람이 한 명 탔다.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 숙소에서 만났던 누나이다. 옆에 뚱뚱한 흑인 여자가 앉는 대신 한국 사람이 앉아서 루사카까지 정말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누나가 내일이 공휴일이라고 알려줬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내가 루사카에 가는 이유는 나미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서 인데 루사카의 나미비아 high commission에서는 비자 업무를 화요일과 목요일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을 맞춰 월요일인 오늘 루사카로 향하는 것이고.. 그런데 휴일이라니… 일단 론리플래닛을 찾아봐도 내일이 휴일이라는 말이 없으니 루사카에 도착하면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Tip 1: 루사카의 나미비아 비자는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만 받을 수 있다. 루사카에는 별 볼 것이 없다고 하니(론리플래닛에는 하루면 충분하다고 적혀있다), 요일을 잘 맞춰서 가자.

 

Tip 2: Zambia-Malawi Coach는 이런 과자 하나와 탄산 음료 한 병을 준다. 나는 버스 앞에 쌓여있는 음료수 박스들을 보고 언제 주나 기다렸지만, 결국 목마름을 참지 못하고 시장에 멈췄을 때 물 한 병을 샀다. 그리고 시장에서 출발하자 음료수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잠비아에서의 첫 사진! 시장에 잠시 정차했을 때이다.

 

버스가 루사카 시내에 들어오니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말라위는 비가 우기인데도 비가 거의 안와서 걱정이던데 여기는 그래도 비가 많이 오는가 보다. 버스 창문에서 빗물이 샜지만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으니 그러려니하고 왔다. 저녁 7시에 루사카의 인터시티 버스터미널(Lusaka Inter-City Bus Terminus)에 도착했고 루사카 백패커스(Lusaka backpackers)를 목표로 걸었다.

 

Tip 3:루사카 백패커스 주변에 저렴한 백패커스와 랏지가 모여있다. 루사카 백패커스는 구글 맵에는 차차차 백패커스(Chachacha backpackers)로 표시되어 있다. 차차차 백패커스에서 루사카 백패커스로 이름을 바꾼 듯 했다.

 

그런데 루사카 백패커스에 거의 도착했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Marble Inn이라는 숙소가 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정말 길 한 가운데 숙소가 있어 길이 끊겼다.-_-; 루사카 백패커스로 가려면 빙 돌아가야만 했다. (Marble Inn 가격을 물어보니 조금 비쌌다.) 나와 한국인 누나는 Broads Rd.로 돌아서 가기로 했고, 가는 도중에 한국인 누나는 Broads backpackers, 나는 Kalulu backpacers로 숙소를 정했다. (결국 루사카 백패커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못봤다.) 한국인 누나는 가격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Broads backpackers에 둥지를 틀었고(도미토리 70콰차), 나는 와이파이가 되는 Kalulu backpackers에 둥지를 틀었다.(6인실 도미토리 12달러->10달러(깎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에게 내일 휴일이냐고 물었다. 직원은 내일이 여성의 날(Women's day)로 휴일이 맞다고 알려주었다. 바로 와이파이로 검색해보니 정말 있는 공휴일이었다.ㅠ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내일 나미비아 high commission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 짐을 푸니 밤이 너무 늦었고, 하루종일 과자 말고는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는 고픈데 비는 내리고 해서 그냥 말라위에서 얻은 진짬뽕을 끓여먹기로 했다. 가뜩이나 무거운 배낭, 먹을 수 있는 건 빨리빨리 먹어 치워야 한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있긴 한데 식기도구가 너무 더러웠다.ㅠㅠ 그냥 나가서 사먹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귀차니즘이 나를 지배했고, 그릇에 담아 먹는 대신 냄비째 먹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심지어 포크와 수저도 너무 더러워서 나무젓가락이 없었다면 못 먹었을 것이다. 잠비아 맥주에 도전했는데 이름이 모시(Mosi)였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바로 앞에 있는 도시인 모시와 이름이 같다. 하지만 모시는 연기(Smoke)라는 뜻이란다. 빅토리아 폭포를 지역 주민 언어로 Mosi-oa-Tunya(Smoke that thunders)라고 한단다. 천둥치는 연기라.. 얼른 빅토리아 폭포에 가보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나미비아 비자 문제부터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아무튼 오늘은 하루 종일 버스에 앉아있느라 많이 피곤했으므로 어서 자야겠다.